판매자인 여성 아닌 구매자 남성이 바라본 성매매, 그리고 남성문화

지역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남성들 모인 수요자 포럼 내용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로 엮어

- 경험없는 유약한 남성 취급
- 부끄러움 부재 대한 문제의식

- 집단적 남성문화 성찰 담아내

성매매에 관한 비판적 담론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아는 사이 모르는 사이에 어떤 ‘범주’에 갇힌 게 사실이다. 판매자가 있다면 당연히 구매자도 있을 텐데, 성매매 담론은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에게만 시선을 맞춰온 것이다.

	100년 넘게 성매매가 이뤄진 부산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음에도 성업하고 있다. 남성문화에서 ‘완월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제신문 DB

부산에 있는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지키고, 성 산업으로 병든 사회를 살리고자 설립된 시민단체다. 성매매 여성 구조와 자활, 인권운동을 해온 이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느낀 것은 자연스럽다. 따라서 살림은 수요자 포럼이라는 부정기적인 토론 모임을 꾸려, (잠재적 성매매 수요자인) 남성들끼리 이 주제에 관해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 모임이 올해로 3년째고, 지금까지 토론해 온 포럼 내용을 바탕으로 살림은 책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을 펴냈다. 

살림의 정지혜 사무국장 말대로 “수요자 포럼에 참여하는 남성 대부분이 성매매 경험이 없고, 성매매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이들 ‘내부자’들의 도움으로 독자는 한국에서 성 구매가 그토록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을 발간한 부산 동광동의 독립출판 ‘호랑이출판사’ 허주영 대표도 이 수요자 포럼의 일원이다. 그는 “책 제목을 보면 마치 성매매를 안 하는 (올바른) 남자와, 성매매 하는 남자를 구분하려고 낸 책 같지만, 성매매 수요자의 범주에 있는 사람이 모여서 수요 측면의 문제의식을 느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초 성 구매 동기’로 18.3%가 ‘회식 등 술자리 후 모두 함께 가서’를, 10.4%가 ‘친구 동료 선배의 압력’을 꼽았다. 이 책의 다수 에피소드는 한국 남성이 광범위하게 성 매수를 하게 되는 집단 남성문화를 경험적으로 설명한다. 

“군대와 노동현장에서의 경험은 똑같았다. 두 사회 모두 성매매 경험을 성인 남성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경험이 없는 남성은 ‘여자 하나 못 따먹는’ 유약한 남성으로 취급받으며 집단 내에서 배제된다. 이처럼 성매매 경험을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분위기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나는 적어도 성 구매자가 그런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 집단 내에서 남자들은 개별적 자아이기보단 집단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따라 그들의 만남에는 반드시 외부적 매개가 필요하다… 문제는 적지 않은 남성들이 마지막 매개로 성매매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거대한 성 산업은 성매매를 매개로 한 남성들의 연대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성매매가 근절돼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인 논거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언뜻 보인다. “유독 성만을 사고팔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납득시켜 줘요. 사람의 성은 존엄하기 때문이라거나, 성매매의 과정이 참혹하다는 결과론적 설득 말고요.” 말하자면 이런 의문이다. 이런 주장은 성매매와 싸워 나가는 과정에서 심심찮게 맞닥뜨리는 ‘공격’이므로, 무시할 수만은 없는 질문이다.

세련되고 완결된 단행본이라고 추켜세우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이 속한 남성 집단에서 ‘예민한 놈’ ‘샌님’ 취급 받으며 성매매의 부당성을 고민해 온 흔적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후속편에서는 “나는 성매매를 한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진짜 성매매 수요자’의 목소리까지 수집해 그에 관한 분석을 시도한다면, 담론이 본질에 조금 더 깊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원본출처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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