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고 싶은 여초딩만’, ‘주인님 모실 여초딩 구해’, ‘해 달라는 거 해줄 여초딩 구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에 등록된 채팅방들 이름이다. 초등학교 여학생을 뜻하는 ‘여초딩’이란 키워드로 채팅방을 검색하자 미성년자의 조건만남을 유도하는 채팅방이 발견됐다. 이들 채팅방의 해시태그(hashtag)는 ‘#방장변남’, ‘#변기’, ‘#야하게’, ‘#말잘듣는’ 등으로 모두 성매매를 연상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한 채팅방에 익명으로 접속해 대화를 시도했다. 곧바로 성매매 제의가 들어왔다. ‘주인님’이라는 가명의 한 남성은 “진지하게 망가질 자신이 있냐”,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접속 시 별도 성인인증이나 본인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앱들이 성매매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 대다수 익명 채팅앱은 별도 인증절차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미성년자 성매매를 방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를 조장하는 모바일 앱 317개 가운데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 등을 요구하지 않는 앱이 278개(87.7%)에 달했다. 실제로 모바일 앱스토어에 채팅앱을 검색해 봤더니 대다수 앱이 본인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국내 가입자 수만 42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도 오픈채팅방 접속 시 인증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자연히 청소년들은 ‘익명성’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여가부에 따르면 조건만남을 경험한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74.8%)이 채팅앱이나 채팅사이트를 통해 상대방과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익명으로 채팅하다 성매매 피해를 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에선 10대 여성이 익명 채팅앱로 만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피해 여성이 익명 채팅앱으로 남성을 만난 탓에 당국이 에이즈를 옮긴 성매수자를 추적할 수가 없었다.

법령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일반 성매매보다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유인 또는 권유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 채팅앱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나 단속은 미비한 실정이다. 2016년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260여곳은 청소년 성매매를 알선 또는 조장한 채팅앱 운영자들 고발장을 검찰에 냈으나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현행법상 채팅앱 자체를 규제하거나 운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 가입 시 전화번호 외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아 연령대에 따른 제한을 두기 어렵다”며 “성매매나 음란물을 방지하기 위해 금칙어를 적용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익명 채팅앱들은 사실상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방조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접근 가능한 채팅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원본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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